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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축제부터 스포츠대회까지…보령, 사계절 관광허브로 진화"
[보령(충남)=글·사진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이달 초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 보령머드테마파크 컨벤션관에선 ‘탄소중립’ 관련 국제회의가 열렸다. 충남도청 주최로 이틀간 진행된 행사 참가를 위해 보령을 찾은 인원은 1500여 명. 단일 행사 기준 컨벤션관 개관 이후 열린 국제회의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다. 전 세계 11개국 18개 기관·기업이 참여한 이번 행사로 ‘머드축제의 도시’ 보령은 ‘신흥 마이스(MICE) 도시’로 대외 이미지와 존재감을 높이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렸다.
마이스는 ‘사계절 축제’ 확장 전략의 한 축
15일 보령시 신흑동 보령머드테마파크에서 만난 이용열 보령축제관광재단 대표는 개관 이후 최대 규모 국제회의 개최로 얻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근의 여세를 몰아 국내 위주인 행사 비중을 국제행사로 늘려 나가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재단 전신인 보령머드축제조직위원회에 2012년 축제 담당자로 입사한 그는 사무국장, 축제관광국장을 거쳐 올 1월 재단 3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대표는 도내에 더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은 도시들이 있는데도 꽤 규모가 큰 ‘탄소중립 국제 콘퍼런스’가 보령에서 열리게 된 이유를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여건과 수요를 고려해 적정 규모로 시설을 개발하고 꾸준히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온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대표 취임 전부터 ‘사계절 축제’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이 대표는 마이스를 축제 확장 전략의 ‘중요한 축’이라고 평가했다. “대표 축제인 ‘머드축제’ 외에 계절별 축제를 중심 기둥으로 세우고 그 사이사이 빈틈을 중소 규모의 기관·기업회의, 학술대회 등 마이스 행사들로 채울 계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머드축제의 성공으로 ‘국가대표 축제도시’ 반열에 오른 보령은 머드축제의 뒤를 이을 계절별 축제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머드축제가 열리는 7~8월 여름철에 집중된 방문 수요를 연중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2011년 축제 전담 조직인 재단이 출범하면서 이미 각 계절을 대표하는 축제 라인업도 갖춰 놓은 상태다.

이달 19일 막 오르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재단이 무창포해수욕장에서 여는 가을 축제다. 겨울엔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대천해수욕장 일대에서 ‘겨울바다사랑 축제’를 개최한다. 2023년부터는 매년 5월 어린이날마다 머드광장에서 국내외 400여 대 튜닝카를 선보이는 ‘국제 모터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이달 초 대천해수욕장에서 처음 연 ‘해변 맨발걷기 축제’는 사흘간 11만여 명이 몰리면서 사계절 축제로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2022년 6월 보령머드테마파크 컨벤션관 개관으로 시작된 마이스 산업 육성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내 최초이자 유일한 마이스 시설인 컨벤션관은 개관 이후 연간 70%가 넘는 가동률을 유지하며 중소 규모 행사에 최적화된 ‘보급형’ 시설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개관 반년 만에 1만 6000여 명이 이용한 컨벤션관은 지난해 연간 200건이 넘는 행사가 열리면서 연간 이용객이 3만 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는 “마이스 목적 방문객은 테마파크가 들어서기 전에 없던 새로운 수요”라고 설명한 뒤 “축제는 주로 주말에 수요가 몰리지만 회의는 대부분 평일에 진행돼 숙박, 식당 등 지역 상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확보 위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탄탄한 지역 축제 기반에 마이스를 더하는 시도는 스포츠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테마파크 앞 머드광장엔 내후년 8월 ‘2027 충청 유니버스아드 대회’ 기간 중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귀띔해줬다. 충청권 4개 광역 시·도(대전·세종·충남·충북)가 총 18개 종목을 분산 개최하는 대회에서 보령은 유치 때부터 일찌감치 비치발리볼 경기 장소로 낙점됐다.
이 대표는 “때마침 대회가 열리는 2027년은 머드축제가 30주년을 맞는 해”라며 “150여 개국 1만여 명 참가선수들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이 제일 보고 싶어하는 이번 대회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축제 기획·운영 전문가인 이 대표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지역 축제들이 직면한 과제로 꼽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계절적 특성을 살린 야외 축제의 지속성뿐 아니라 존폐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여름철에 열리는 머드축제만 해도 폭염, 폭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매년 일정을 달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측 불가능한 기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전시·박람회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대형 상설 전시관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연, 미디어아트 등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야간관광은 방문객의 체류 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효과와 더불어 축제 운영 측면에서도 폭염 등 리스크를 줄이는 대안이자 해법이 될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낮에 일정을 소화하는 회의, 세미나 특성상 야간관광은 마이스 목적지로서 매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낮 시간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축제도 야간 프로그램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축제를 효과는 없고 예산만 잡아먹는 일회성 이벤트로 보는 부정적 인식도 경계해야 하지만, 축제도 유료화를 통해 자생(自生)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올해 기준 시비 35억 원이 들어간 머드축제는 유료 프로그램, 전시부스 판매, 협찬사 유치 등을 통해 시 예산의 1/3인 12억 원가량을 자체 조달했다”며 “도시 홍보, 지역상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효과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축제도 자체적인 투자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머드축제부터 스포츠대회까지…보령, 사계절 관광허브로 진화")